 윤택한 노년
모든 사람의 일생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수 있다.
제일 처음 단계가 청, 소년기.
유치원과 초등학교, 그리고 중,고등학교만 계산해도 13년동안 교육을 받는다.
여기에 대학 4년을 더하면 17년,대학원까지 계산하면 19년에서 20년이 된다.
참으로 긴 세월동안 교육을 받는게 인간이다.
청,소년기의 교육은,윤택한 노년기를 위한 기반과 기초가 되기 때문에 그
교육내용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게 바로 인성교육(人性敎育)이다.
자라서 어떤 유형의 인간이 될것인가가 이 기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지금의 사교육시장은 더없이 큰 해악이다.
사교육은 인성교육이 없으며 오직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기능의 반복훈련일 뿐이다.
공교육의 붕괴가 치명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평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인성교육’ 이 없다는 것은 피폐한 노년의 예고
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가 중,장년기.
가족이라는 무거운 수레를 끌고가는 ‘당나귀’ 가 바로 그들이다.
중,장년기는 무엇보다도 돈을 잘 벌어야 한다.
가족의 의,식,주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가 제공하는 온갖 편의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불쌍한 당나귀가 그들이다.
애들을 힘들게 키워 결혼까지 시켜야 하는 책임도 있다.뿐만 아니라
중,장년기는 길게 늘어난 은퇴후의 ‘노년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하다.
아무리 가장이라해도 돈 벌이가 시원찮으면 찬밥신세가 되는게 그 당나귀들이다.
마음에 없는 아첨도 해야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도 얼굴은 웃고 있어야 하는
고통의 무대가 그들이 일터다.그런데도 가족들은 그 사정을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한편으로는 조기퇴직-해고라는 공포가 그들을 짓 누르고 있다.
집에서는 드센 아내에게 치이고 직장에서는 악질 상사에게 달달 볶이는게 이 불쌍한
당나귀들이다.그래서 그들은 잠시라고 혼자있고 싶어한다.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세 번째의 마지막 단계가 노년기,
은퇴후의 노후생활자들이 그들이다.
비로서 당나귀가되어 지고있던 짐을 내려놓고 눈부시게 찾아온 자유를 만끽 하는때가
바로 이 시기다.
그런데 그들은 한결같지가 않다.달라도 너무 다르게 사는게 또 그들이다.
나는 이 글을 쓰기위해 오래동안 동년배의 가족, 친척, 친지, 친구, 이웃들을 관찰해
왔으며 그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어봤다.
65세 이상을 기준할 때,‘윤택한 노년’을 사는 비율은 채 10%도 되지않았다.
청소년기와 중,장년기를 다 지나 노년기에 이른 그들에게는 남은게 너무없었다.
거개가 빈털터리 였다.오히려 어렵게 지내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빈곤’은 돈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윤택한 노년의 문제는 대단히 복합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 자체가 원인이었다.노년기는 그게 어떤 인간인가에 따라 내용이 좌우된다.
말하자면 한 인간이 가지고있는 누적된 여러 가지의 자산이 노년기의 성격을 결정
짓는다는 얘기다.
윤택(潤澤) 이라는 말은,윤기가 돌고 번지르르 하다는 의미가 있고,
경제적 으로는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윤기(潤氣)는 물체의 표면에 나타나는 번질번질한 기운이며
풍요(豊饒)롭다는 뉘앙스가 있다.
따라서 윤택한 노년은 물심양면에서 넉넉한 노인, 노년기라는 뜻이된다.
따라서 어느 한쪽만의 풍요는 반쪽 윤택인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가 풍요롭고 윤택한 것이 되기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총화(總和)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한 인간이 가지는 인생관(人生觀)이다.
인생관은 어떤 사람이 인생의 의의나 목적, 가치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견해,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나는 어떤 사람이 될것인가,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사는 목적은 무엇이며 내 인생의 가치는 어떤것인가 와 같은 기본이 되는
질문에서 ‘자기것’을 가지고있어야 한다.
뜻밖에 분명한 인생관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목표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이 가치관(價値觀)이다.
가치관은 인간의 삶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 무엇이 옳고, 좋고, 바람직 한 것인지 판단
하는 기준, 관점이다.노년기의 윤택은 가치관에 의해 그 내용이 채워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다른 하나가 선악관(善惡觀)이다. 선과 악에대한 분별이 분명해야 노인으로서의 품위를
지킬수 있으며 윤리, 도덕적으로 균형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조건의 하나가 교육정도다.
인간의 삶은 교육에의해 차등이 생기고 계층이 생기며 빈부도 생긴다.
노년의 생활도 어쩔수없이 교육정도에 따라 차등이 생긴다.
교육의정도는 환경에서 정해지는 결과이기 때문에 본인의책임만은 아니다.
그래도 교육은 인간의 수준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더 쉽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인간의 삶은 고등교육을 받아야 접근할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그 누구도 이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우리부부가 살고있는 지역이 ‘신도시’ 로 지정된후,
상당수 농사짓던 사람들이 땅이 수용되면서 엄청난 보상을 받았다.
농사짓는 사람으로서는 평생 만져볼수도 없는 큰돈이 주어진 것이다.
그후에 일어난 반응은 거의가 비슷했다.
아파트로 이사했으며, 외제승용차를 사고, 골프를 시작했고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외제승용차는 있지만 타고 갈데가 없었으며,
아프트 생활은 답답하고 지루했다.
나이들어 갑자기 시작한 골프는 갈비뼈에 금만갔지 실력은 전혀 늘지않았다.
그러니 재미도 없었다.
해외여행도 계속 다니다 보니 지치고 고단하기만 했다.
돈은 있지만 쓸줄을 모르거나 쓸데가 없다면 이렇게 된다.
그들은 to have만 있었지 to be 가 없었던 것이다.
인간을 결정적으로 향상 시키는 것은 언제나 to be 였다.
to have 는 그것을 뒷받침했을 뿐이다.
따라서 윤택한 노년은 돈과 정신이 균형을 잡아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학력의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무릇 모든일이 마찬가지지만,
윤택한 노년도 그렇게 될 수 있는 점진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TV리모콘을 쥐고 소파에 앉으면 종치는 것이지만 새로운 결심과 각오로 ‘새것’을
시작하면 윤택과 풍요는 만들 수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졌으니 할 일도 늘어나는 것이다.
우선, 종이신문-일간지를 두가지정도 구독한다.
신문은 홍수같은 정보를 걸러내 주고 해설까지 해 주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하며,
두가지를 읽으면 시간도 건전하게 보낼수 있다.거의 오전시간을 신문정독으로 보낼수 있다.
읽기는 뇌를 자극하고 공부가 되며 그만큼 뒤처지지 않을수 있다.
치매예방에도 아주 좋다.
다음이 종이책 읽기다.우리나라에서는 년간 4만종 이상의 신간이 나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 꾸준히 책을 읽어야 한다.
한 분야를 정해놓고 꾸준히 파고들면 저절로 전문가가 된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고 깨다는 것, 그것은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는 큰 즐거움이다.
정신이 젊어지면 몸도 젊어진다.
다른하나가 글쓰기다.
글쓰기는 약간이라도 문재(文才)가 있어야 한다.
나처럼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계속 글을쓰다보면 창의력도 생기고 공부를 계속하니
아는것도 많아지고 스스로도 향상 되는 것을 느낄수 있다.
글쓰기는 고된작업 이지만 보상도 그만큼 크다.
가능하다면 악기를 하나 해 보는것도 아주 유익하다.
그게 양악기든, 국악악기든 상관이 없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나 택해서 배워나가면 신천지를 개척하는 정도의 재미가 있다.
아마추어가 가장 크게 즐긴다 는 말은 사실이다. 무엇인가를 배우는데 늦었다는건 없다.
나이든 사람이 악기를 하면 보기에도 아주 좋다.아마추어 인데도 대가로 보일정도다.
다른 하나는 컴퓨터에 익숙해 지기다.TV가 바보상자라면 컴퓨터는 세계를 향해
열린 창이다.지금은 IT의 시대가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메시지 주고받고, 앱을 열어보고, 게임 하는 것보다 컴퓨터를
활용하는게 훨씬 실용적이다.특히 노인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야 뒷방늙은이가 안될수 있다.
내 친구 하나는 난(蘭) 기르기 박사다.
그 까다로운 여러 가지 난들을 키우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나온다.
근엄하게 앉아 붓글씨를 쓰는것도 얼마나 멋이 있는가.
나이 70에 그림을 시작, 지금은 화가의 길을 걷고있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일취월장, 성장도 빠르다.
그리고 빼 놓을수 없는게 ‘요리’다. 남자들이 은퇴후
‘젖은낙엽’이 되어 천대를 받는 것은 가족에대한 기여도가 없기때문이다.
누가 ‘삼식이’를 좋아하겠는가.
이때 맛이 기가막힌 음식을 장만, 가족들에게 서비스 해 보라.
대접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라면도 못 끓인다’ 는게 자랑이 아니다.
라면을 ‘더 맛있게 끓이는’ 기능이 필요한 때다.
특히 부엌을 맡아 늙은 아내를 해방시켜보라.영감에 대한 대접이 달라진다.
아무리 부부라도 주고 받는게 있어야 좋은게 인생이 아니겠는가.요리도 해 보면 즐겁고 재미있는 작업이다.
윤택한 노년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계획하고, 노력해서 얻는 행복이다.
윤택한 노년은 to have 만이 아니라 to be가 있는 균형이다.
물론 to be 가 더 커야 한다.
지금 현역이라면 ‘윤택한 노년’을 위해 설계하고, 저축하고, 노력해야한다.
아무리 괴롭더라도 당나귀는 끝나게 되어있다.그 때를 준비해야 되는 것이다.
많은 노인들과 얘기를 나누어보고 놀랜 것은 그들 대부분이 ‘노후준비’ 에 대해
막연했다는 점이다.노년은 ‘어떻게 되겠지’ 로는 해결이 안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노년의 ‘고통’ 은 개선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더 아프고 괴롭다.
자식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윤택한 노년을 살기위해서는 모두가 배전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 노력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이고, 효율적 이어야 성공할수 있다.
윤택한 노년,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해볼 가치가 있다. (옮긴글)
인생의 전반부에는 삶을 즐길 능력은 있는데 그럴 시간이 없고,
후반부에는 삶을 즐길 시간은 있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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