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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10년 맞을 나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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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10년 맞을 나에게 쓰는 편지

    "참 아깝고 귀한 시간… 마음껏, 맺힌 것 풀고, 나누며 살자꾸나" -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21일 서울 평창동에서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연구실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향해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이태경 기자

    이근후 교수의 '마지막 10년 맞을 나에게 쓰는 편지'

    "엇, 이게 누구야?"
    사무실 현관을 나서다 벽에 걸린 큰 거울 속의 누군가를 봤다. "누구긴 누구야? 너지." 거울 속의 인물이 말했다. "이게 나라고?" 설마 내가 저런 노인일까. 내 딴엔 거울 속의 노인보단 젊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털웃음을 짓자 거울 속의 노인도 따라 웃는다. 거울 속의 당신. 나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젊어 보인다. 내가 나임을 그렇게 외면하면서 살았다.

    요즈음 들어 부쩍 100세 시대를 많이 논한다. 100세 이상 인구가 2만5000명이니 그럴 만하다. 거울 속의 당신은 매년 즐겨 네팔에 다녀온다. 그곳 사람들은 일찍부터 100세 인생을 말했다. 25세까지는 배우는 시기, 25~50세는 배운 것을 실천하는 시기, 50~75세는 잘 배우고 잘 실천했는지 반성하고 참회하는 시기, 75~100세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기다. 이 여정대로라면, 거울 속의 당신은 참회를 마친 자유로운 시기에 있어야 한다. 당신은 늘 많은 사람들 앞에 "앙금 없는 포도주처럼 늙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그런 소망을 얼마나 이루었는가.

    거울 속의 당신에게 두 가지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나는 젊었을 때 선생님을 노엽게 만든 경험이 있다. 학회가 끝나고 회식 자리였다. 죽음 이야기가 나왔다. '누가 먼저 저세상으로 갈까?'라는 화두가 나오자, 모두 선생님을 쳐다봤다. 선생님 연세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왜 모두들 자신을 쳐다보느냐고, 죽음에 무슨 순서가 있느냐고 화를 내셨다.

    시간이 흘러 3년 전 대학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다. 일요일이 끼어 있어 종교를 가진 친구들은 교회·성당·절을 찾았다. 성당을 찾은 일행이 신부님에게 대학 졸업 50주년 여행이라고 설명하니까, 신부님이 "참 오래도 사셨습니다" 했다. 나중에 친구들이 신부님을 성토했다. 나는 "신부님 말씀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는 함의가 있다"고 친구들을 달랬다.

    두 얘기를 듣고 당신이 무엇을 느꼈을까 궁금하다. 젊었을 땐 몰랐던 노여움을 나이 든 뒤 직접 경험했으니, 노여움의 뜻을 통찰했을 것 같다. 두 노여움 모두 밑바탕에는 '내가 생의 끝자락에 섰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재미있는 일이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 무엇이나 시작과 끝이 있다고 했으니, 거울 속의 당신을 위해 세 가지 소망을 적어 본다.

    첫째, 당신 마음대로 살아보세요. 마지막 시기를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둘째, 맺힌 것을 푸세요. 푸는 것은 내가 나를 용서함이다. 셋째, 나누면서 사세요. 이 세상에 나온 것부터가 '빚'이다. 빚을 갚는 일은 곧 나눔이다.

    이 세 가지를 실천할 시기가 마지막 10년이다. 모든 노인의 무의식에는 죽음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데 따른 불안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마지막 10년이 참 아깝고 귀하다. 마지막 10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면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면 바른 내가 보인다. "나 속으로는 떨고 있어. 불안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복을 만드는 즐거움으로 자기만의 마지막 10년을 만들어 나가자.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1935년생 정신과 전문의다. 30년간 네팔에 의료 봉사 다니고, 40년간 광명보육원에서 자원봉사했다. 아내, 네 자녀, 손주까지 3대 13명이 한집에 산다. 서울 평창동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죽기 전까지 어떻게 살지 궁리해 '마지막 10년'을 귀하게 보낼 수 있는데, 우리는 부모·자식 간은 물론 노인끼리도 죽음 얘기 자체를 극구 피한다"고 했다. 이 글은 그가 언젠가 마지막 10년을 '맞을'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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